문화 역사 분석

‘오디세이’ 꼭 아이맥스로 봐야 할까…63빌딩에서 ‘용아맥’ 예매전쟁까지

현재의 기원 2026. 8. 1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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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를 둘러싼 아이맥스(IMAX) 예매전쟁과 일반관 관람 논쟁에서 출발해, 아이맥스가 어떻게 탄생하고 발전했는지를 살펴본 글이다.

특히 63빌딩의 체험형 극장에서 CGV 멀티플렉스와 ‘아바타’를 거쳐 ‘용아맥’이라는 영화 팬들의 성지로 자리 잡기까지 한국 아이맥스의 역사를 짚고, ‘오디세이’를 꼭 아이맥스로 봐야 하는지도 알아본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를 보기 위해 아이맥스(IMAX) 상영관에 관객들이 몰리고 있다.

특히 CGV 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 이른바 용아맥의 좋은 좌석은 예매가 열리자마자 빠르게 사라지고 일부에서는 정상 가격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티켓을 되파는 암표까지 등장했다.

 

아이맥스 열풍은 한국만의 현상도 아니다.

 

오디세이는 장편 상업영화 가운데 처음으로 전편을 IMAX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작품이다.

 

IMAX는 놀란 감독과 촬영감독 호이터 판호이테마가 이 영화를 위해 약 210만 피트의 IMAX 필름을 사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정작 놀란 감독의 이야기는 의외였다.

 

지난 12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맷 데이먼과 함께 출연한 놀란 감독은 오디세이가 전 장면을 70IMAX로 촬영한 작품이라는 점을 설명하면서도 일반 상영관에서 관람해도 된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tvN 역시 해당 방송을 소개하면서 오디세이를 상업영화 최초 전 장면 IMAX 촬영 작품으로 소개했다.

 

그러니 관객 입장에서는 고민이 생길 만하다.

 

감독은 일반관도 괜찮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왜 몇 배 비싼 암표까지 사면서 아이맥스를 고집할까.

 

그리고 도대체 아이맥스가 무엇이기에 영화 한 편을 어느 상영관에서 볼 것인가를 놓고 이런 경쟁까지 벌어지는 것일까.

 

이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아이맥스가 단순히 화면이 큰 극장이 아니라 지난 반세기 동안 영화 관람 방식 자체를 바꿔온 하나의 문화상품이라는 사실을 만나게 된다.

 

특히 한국에서 아이맥스가 걸어온 길은 꽤 흥미롭다.

아이맥스는 원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용 극장이 아니었다

지금 아이맥스라고 하면 대부분 거대한 화면에서 이나 오펜하이머’, ‘인터스텔라같은 영화를 보는 장면을 떠올린다.

하지만 출발점은 지금과 달랐다.

 

IMAX1960년대 캐나다에서 시작됐다. 당시 개발자들이 꿈꾼 것은 기존 영화보다 훨씬 거대한 화면에 압도적인 영상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기존 35필름보다 훨씬 큰 70필름을 수평으로 움직이며 한 프레임에 15개의 퍼포레이션을 사용하는 이른바 15/70 방식이 아이맥스의 상징이 됐다.

 

초기 아이맥스의 목적은 장편 상업영화를 상영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박물관과 과학관, 세계박람회 같은 공간에서 자연이나 우주, 과학을 보여주는 짧은 영상이 주로 상영됐다.

 

관객 입장에서도 영화를 본다기보다 거대한 영상을 체험한다는 성격이 강했다.

 

오늘날 아이맥스가 영화관의 프리미엄 브랜드처럼 받아들여지는 것과 비교하면 꽤 다른 출발이다.

1970년 오사카 엑스포에서 세계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맥스 시스템이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소개된 계기는 1970년 일본 오사카 엑스포였다.

이후 캐나다 토론토의 온타리오 플레이스에 시네스피어가 들어서는 등 아이맥스 전용 상영시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까지도 아이맥스는 일반 극장과는 조금 별개의 공간이었다.

 

문제는 성장의 한계였다.

 

아이맥스 전용 단편 다큐멘터리만 만들어서는 세계 영화시장의 중심으로 들어가기 어려웠다.

 

그래서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아이맥스는 중요한 선택을 한다.

 

아이맥스 전용 영화를 기다리지 말고 할리우드 영화를 아이맥스로 가져오자.

 

일반 영화의 영상과 음향을 아이맥스 상영 환경에 맞춰 다시 가공하는 DMR 기술이 확대됐고 블록버스터가 아이맥스관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아이맥스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바뀐다.

 

아이맥스에서만 볼 수 있는 특수영상이 아니라 같은 영화라도 더 특별하게 보는 방법이 된 것이다.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이 등장했다

아이맥스와 놀란 감독의 관계는 특별하다.

놀란은 단순히 완성된 영화를 아이맥스관에서 상영하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

 

아예 아이맥스 카메라로 영화를 찍기 시작했다.

 

2008다크 나이트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가운데 처음으로 주요 장면을 IMAX 카메라로 촬영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다크 나이트 라이즈’, ‘인터스텔라’, ‘덩케르크’, ‘테넷’, ‘오펜하이머등을 거치면서 놀란과 아이맥스는 사실상 하나의 브랜드처럼 결합됐다.

 

CGV 역시 다크 나이트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최초의 IMAX 카메라 촬영작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오디세이에서 결국 정점에 도달했다.

 

주요 장면 몇 개가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IMAX 필름 카메라를 사용한 것이다.

 

IMAX 측은 오디세이IMAX 필름 카메라로 전체를 촬영한 최초의 장편영화라고 공식적으로 소개한다.

 

그러니 아이맥스 팬들에게 오디세이를 일반관에서 본다는 것이 어딘가 아쉽게 느껴지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애초에 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부터 아이맥스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아이맥스는 처음부터 용아맥이 아니었다

한국의 이야기를 보면 아이맥스의 변화가 더욱 극적으로 느껴진다.

1980~1990년대 한국에서 아이맥스를 처음 경험한 사람 가운데 상당수는 영화 팬이 아니라 가족 나들이객이나 학생들이었다.

 

그 중심에 63빌딩이 있었다.

 

1985년 문을 연 63빌딩에는 전망대와 수족관과 함께 거대한 아이맥스 극장이 설치됐다.

 

당시 63빌딩은 그 자체로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명소였다.

 

주말에 가족과 63빌딩을 찾아 수족관을 보고 전망대에 올라간 뒤 아이맥스 영상을 보는 것이 하나의 나들이 코스처럼 여겨졌다.

 

개인적으로 이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아이맥스라는 단어는 지금과 꽤 다른 느낌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신 할리우드 영화를 가장 좋은 자리에서 본다는 개념보다 거대한 화면에서 고래가 튀어나오고 우주선이 눈앞으로 날아오는 신기한 영상체험에 가까웠다.

 

한국 아이맥스의 첫 번째 시대는 그런 관광·체험형 콘텐츠였다.

2005CGV가 아이맥스를 일반 영화관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한국 아이맥스 역사에서 결정적인 변화는 2005년 찾아왔다.

CGV가 그해 12월 용산과 인천에 IMAX 상영관을 열었다.

 

첫 상영작은 해리포터와 불의 잔이었다.

 

CGV가 공개한 자료에서도 200512CGV용산과 인천을 한국 멀티플렉스 IMAX 도입의 시작점으로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서 아이맥스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제는 63빌딩에 특별한 영상을 체험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평소 찾던 멀티플렉스에서 할리우드 최신작을 아이맥스로 볼 수 있게 됐다.

 

아이맥스가 관광시설에서 영화상품으로 이동한 것이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아이맥스가 지금처럼 압도적인 존재감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결정적인 계기가 하나 더 필요했다.

아바타가 관객들에게 상영관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그 역할을 한 영화 가운데 대표적인 작품이 2009아바타였다.

3D와 거대한 스크린을 전면에 내세운 아바타가 흥행하면서 관객들은 같은 영화를 어디에서 보느냐에 따라 체험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영화표를 살 때 중요한 것은 영화 제목과 시간이었다.

 

아바타이후에는 상영 방식이 새로운 선택 기준으로 떠올랐다.

 

2D인가 3D인가.

 

일반관인가 아이맥스인가.

 

어느 극장이 화면이 더 큰가.

 

한국 영화시장에서 특별관이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이 변화는 이후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덩케르크같은 작품을 거치면서 더욱 강해졌다.

2017용아맥은 극장을 하나의 목적지로 만들었다

그리고 2017CGV 용산아이파크몰이 재개관하면서 한국 아이맥스 문화는 또 한 번 변했다.

이른바 용아맥이 등장했다.

 

CGV용산아이파크몰 IMAX관은 1.431 화면비를 지원하는 대형 스크린을 갖췄고 이후 영화 팬들에게 하나의 성지처럼 자리 잡았다.

 

CGV는 현재도 용산 IMAX를 국내 최대 규모 IMAX 스크린으로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문화가 생겼다.

 

영화를 보러 용산에 가는 것이 아니라 용아맥으로 그 영화를 보기 위해 용산에 간다는 관객들이 등장한 것이다.

 

특정 영화의 예매가 열리는 시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되고 가운데 명당 좌석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졌다.

 

용아맥’, ‘용포디’, ‘영스엑같은 극장 애칭까지 생겨났다.

 

CGV도 이런 특별관들이 영화 팬들 사이에서 성지로 불린다는 점을 직접 언급한 바 있다.

 

극장이 더 이상 영화가 걸리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게 된 것이다.

 

극장 자체가 상품이 됐다.

그런데 모든 아이맥스가 똑같은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부분이 하나 있다.

‘IMAX’라는 간판만 보고 모든 상영관이 똑같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스크린 크기도 다르고 화면비도 다르며 영사방식도 다를 수 있다.

 

어떤 영화는 일반관과 아이맥스의 화면 차이가 크지 않은 반면, 특정 IMAX 화면비를 적극 활용한 영화는 위아래로 더 많은 영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용산 IMAX가 유독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1.431 화면비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CGV 역시 인터스텔라다크 나이트같은 작품을 1.431 화면으로 상영하는 것을 용산 IMAX의 특징으로 강조해왔다.

 

따라서 사실 정확한 질문은 아이맥스로 볼까?” 보다 이 영화를 어느 아이맥스에서 볼까?”에 가까울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오디세이는 반드시 아이맥스로 봐야 할까

이제 가장 궁금한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반드시라는 말까지 붙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놀란 감독이 이야기한 것처럼 IMAX 필름으로 촬영했다는 것은 원본 영상이 가진 정보량과 해상도가 매우 높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상영환경에서도 그 장점 일부는 충분히 살아날 수 있다.

 

무엇보다 영화의 가치는 화면 크기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맷 데이먼의 연기가 좋고 이야기와 연출이 훌륭하다면 일반관에서 본다고 갑자기 다른 영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용아맥 표를 구하지 못했다고 영화를 포기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본다.

 

오히려 암표에 10만원 넘는 돈까지 지불하면서 볼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개인적으로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영화 한 편을 더 좋은 환경에서 보겠다고 정상가격의 몇 배를 지불하기 시작하면 결국 예매 경쟁과 암표시장만 키워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이맥스를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 있다

반대로 조건이 된다면 오디세이IMAX에서 보는 선택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이번 작품은 애초부터 전체 분량을 IMAX 필름으로 촬영한 영화다.

 

그리스의 광활한 풍경과 바다, 전투 장면처럼 규모가 중요한 화면을 거대한 스크린으로 보는 경험은 일반관과 차이가 날 가능성이 크다.

 

IMAX오디세이를 전편 IMAX 필름 촬영이라는 점을 핵심적인 관람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좋은 좌석을 정상가격에 구할 수 있고, 평소 화면비나 화질 차이를 중요하게 여기며, 놀란 영화의 영상미를 최대한 경험하고 싶다면, 아이맥스를 선택할 이유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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